모성은 본능이다(????) 글싸기

만들어진 모성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지음, 심성은 옮김 / 동녘
나의 점수 : ★★★★★





이런 의문이 드는군요.
여성성과 남성성이란 건 분명 수천년에 걸쳐 다져진 이데올로기잖습니까? 그럼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죠. 얼마 전 내 사촌동생이 링크를 건 블로그에선 "여자는 사랑이 전부", "남자는 섹스가 전부"라고 했습니다. 언뜻 맞는 것도 같은 그 말은 사실 말이죠. 어떻게 보면 수천년간 훈육된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린 말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어요. 해서 나는 이렇게 제안해봅니다. 안으로는 자주 의심하는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는 남녀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응. (아 진짜 초등교육 절어주네. 국민교육헌장 256자 ...아직도 외우는 게 스스로 무서움..)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봐서, 물론 여타의 동물과 인간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이것만은 분명해요. "수컷은 아무때나 섹스할 수 있다"와 "수컷은 아무때나 발정난다"가 동의어는 아니란 점 말입니다. 리처드 테일러는 "수컷은 번식을 위해 아무데나 씨를 뿌리고, 암컷은 그것을 낳아 기르는 데에 복무하게끔 생겼다"고 하는데, 이걸 사람 남녀와 혼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여성은 아이를 수태하고 낳게끔 생기긴 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요.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자신을 보호해줄 남성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사랑이 싹텄다? 이건 너무 전래동화스럽잖아요. 리처드 테일러는 명색이 형이상학잔데, 이 문제에 대해 형이상학이 할 수 있는 일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형이상학의 방법론"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는 지점에서 발을 뺀 것 같단 얘깁니다.

자, 우리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것 하나를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사랑부터 말해봅시다. 사랑 좋죠. 그거 좋은 거 모르는 사람 없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여자에게 전부냐. 하면 난 고개부터 갸웃~뚱! 해진단 말이죠.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에서 보면 고대의 모계사회에 대해 꽤 상세하게 나옵니다. 갑골문자를 제대로 해석했는지 아닌지 문제는 제쳐두고, 수천년 전의 동북아시아, 그러니까 요북 요하 요서 요동지방에서도 대부분은 모계사회였다는 문건이 있죠. 남자들은 씨종자 노릇이나 하고, 여자들이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아이를 낳아 키웁니다. 한 집에 남자들이 두셋씩 처첩마냥 달려있는 경우도 많았죠. 지금도 그런 형태를 유지하는(극소수이긴 하지만) 부족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들에게 사랑이 전부다? 아닙니다. 그들은 애첩들과 섹스하면서 "쟈기 너무 크어~ 쟈기 쵝오~" 이지랄은 안할 거란 말입니다. (아 뭐 하기도 하겠죠 너무 좋으면) 그 여성들에게 사랑이 관건일까요? 고개가 슬쩍 꼬아지지 않습니까? 얘기가 부족한가.. 보십시다. 먹고 잘 것을 챙기는 여성들에게 사랑이 그토록 중요했다면 어째서 씨종자들은 동가식 서가숙하며 지냈을까 하는 겁니다. 끼고 살지. 아 물론 밤일을 끝내주게 해서 허구헌날 쉰 목소리로 지내야 했다면야 그러기도 했겠지요. 그런데 대개 씨종자들은 여인네들에게 돌림빵을 당했다 이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자는 사랑이 전부"라는 것도 어쩌면 이후 남성본위의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 아니겠느냐. 이겁니다.

이제 건드렸다간 됫박이 깨지도록 후려맞을 거 하나 건드려봅시다. 모성애 말입니다. 나는 이것도 의심스럽습니다. 바댕테르도 모성은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은 만들어진 것이다. 뭐 이런 취지의 논지를 폈는데요. 내 생각에도 그래요. 우리가 모성을 본능의 영역에 우겨넣으면 본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다는 데서 첫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모성이 신의 영역에 다다를 만큼 숭고한 본능으로 여겨질수록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단한 모순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유아교육학의 추세는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영/유아 간의 애착관계"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럴 때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난다고 합니다. 그럼 그 애착관계가 끊어지면 아이들이 바르지 않다는 소리가 됩니다. 네 뭐, 실제로도 그런 경우는 수두룩 빽빽이죠. 그런데 그런 경우가 많은만큼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병신 집안에서 위인 나는" 거 말입니다. 나 그런 경우 꽤 봤어요. 이건 좀 표면적인 얘기고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렇습니다. 대체 "바르게" 자라난다는 게 뭡니까? 지금의 사회에서 처세 잘하고 제 밥 잘 챙겨먹으면서 남한테 피해 안준다는 소립니다. (적어도 지금의 교육학 분과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의심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요) 이거 뭡니까? 사회화입니다. 모성이 제대로 발현되면 사회화가 비교적 잘 된다. 이게 뭡니까 대체? 지금 사회가 사람의 본능에 충실한 사회가 아니잖아요. 억눌렀으면 억눌렀지.

형식논리적인 데로 치우친 것 같은데요. 아 뭐 그래요. 본능과 이데올로기 간의 기똥찬 역설이다. 이렇게 말하면 할 말 없습니다. (어 그런데 정말 그럴지도..) 그런데 그럴 리가 없어요. 왜냐면 말이죠. 여성 할례 이야기가 나와야겠군요. 음순을 지지다시피 해서 조직을 유착시켜놓고 시집 갈 때까지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누지 못한 여성들이 시집 가서 생살이 찢기는 아픔을 겪고, 골반이 틀어질 것 같은 아픔을 또 한 번 겪으면서 아이를 낳습니다. (그런 경우가 있었죠. 불과 50년도 안 된 과거에도 그런 일은 자행되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대서날 햇빛 내리쬐듯 작렬하는 모성애가 발현되었을까요? 아닙니다. 낸시 데모스의 예증에는 여성할례의 관습이 있던 부족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대개 남성들인 경우가 적지 않았고요, 엄마는 젖이나 물리거나 혹은 그것조차도 남편들이 "밤일해야 되는데 거기서 뭐 해!~!!" 하는 통에 애가 굶어죽기도 부지기수였다 합니다.

자, 이래도 모성이 본능입니까?

지금까지 이야기가 모성이 본능이라는 걸 전적으로 부정하듯 오긴 했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인정해요. 왜 없겠습니까? 내 몸에서 나왔는데. 문제는 그것이 마치 신탁처럼 여겨진다는 겁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냉담한 것이 당연한 듯, 너무 아이들을 끼고 살면 품위 떨어진다고 취급받던 시대도 있었답니다. 한때라기엔 꽤 긴 시간동안요. 나는 모성이 지금처럼 추앙을 받은 게 시대의 냉담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에게 냉담한 거 있잖아요 왜. 애기가 바닥 박박 기다가 홱 돌아봤을 때 거기 엄마 없으면 빽 울고 있으면 히죽 웃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요? 비유가 너무 단순한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 돌아보면 뭐라도 있어야 될 듯싶은데. 그게 자궁이 된 것이 아니냐. 엄마 젖이 아니냐. 엄마 품이 아니냐. 뭐 이런 얘깁니다.

물론, 핵가족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 글의 맥락이 워낙 시대적으로 크게 잡혀서 이야기가 좀 굳는 맛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엄마들이 밭일을 나가도 아빠나 주변 어른들이 애들을 키웠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한 명의 어른과 죙일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별로 좋진 않아요. 이건 코넬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영/유아 심리학 분과를 뒤져보시면 관련된 예증이 수두룩하게 뜹니다. 그리고 함께 있는 어른들이 자주 바뀌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다시 말해 몇몇 한정된 어른들 속에서 아이들이 교류하며 자라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현대로 넘어오면서 가족의 형태가 바뀌고, 양육의 책무가 부모에게로 한정되면서 모성의 가치와 개념이 더욱 과장된 경향도 적지 않습니다.

제목은 생각 안 나는데.. 어느 SF 소설에서 인류 전체가 불임이 되는 그런 설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인이 임신을 해버린 거죠. 사내의 재주가 비상했던 건지 그 여자가 특이했던 건지, 아무튼 그 여자는 헤라, 시바, 박성상제가 받을 대접을 한 번 에 받아도 그만큼은 못 되었을 정도로 "성녀"로 전인류의 추앙을 받습니다. 수태와 출산, 그리고 모성에 대해 왜곡되고 조작된 혹은 과장된 관념을 이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군요.

아 그 소설 제목 뭐더라....(갸웃.....뚱..!!)

덧글

  • 2013/06/11 12: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11 15: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백범 2013/06/11 12:36 # 답글

    아기 유기해서 죽게 한 엄마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427423

    조카 보상금 빼돌린 이모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4181050361&code=940202

    선수 사망하자, 이혼 생모가 보험금 찾아가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20604191907762


    “月 3000만원 보장”에 여대생-40대 주부도 日원정 성매매
    http://news.donga.com/3/all/20111006/40900105/1

    남녀 회원 모아 골프 뒤 집단 성관계
    http://weekly.hankooki.com/lpage/sisa/201111/wk20111128070040121390.htm

    유천동 텍사스촌 붕괴 집단 섹스로 진화
    http://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97400

    “28년간 아들 찾은 적도 없는데 … 천안함 보상금 생모 승계 안 돼”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287637

    28년전 아들 2세때 집나간 親母 "천안함 보상금 나한테 절반 달라"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05/2010070500638.html


    해외 원정 성매매 단속, 관련자 225명 검거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view.asp?bcode=T30001000&artid=A201110100067

    가출한 엄마 23년 만에 돌아와 “아들 사망보험금 달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3125.html
    :자기 아들 키워온 할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에미

    가출한 엄마·무심한 아빠…어린남매는 오늘도 “배고파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915.html


    가족을 사설 자선단체인 줄 아는 생모와 동생에 관한 에피소드에 답한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53/260725.htm
  • 解原 2013/06/11 15:11 #

    감사합니다. 지금은 하나밖에 못 읽어봤지만. 시간 나면 다 한 번 두루 읽어봐야겠군요.:)
  • 엽기당주 2013/06/11 15:25 # 답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본성'이나 '당연'이라는 것들은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관습의 영역일 확률이 큽니다.

    특히 육체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형성되어왔다면 후대에 와서는 그 관습의 당위성을 자신들의 몸에서 찾을 수 있으니 더할나위 없이 헷갈리기 좋죠.

    제가 학교다닐때는(전 사학과 출신입니다.) 아날학파가 유행이라 미시생활사에 관한 부분을 엄청 많이 봤는데요.

    특히 여성사적인 부분을 보면 언급하신 '아이에게 냉담한' 모성의 현장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모성이 본능이라면 문화권을 막론하고 모두 비슷한 동일양상을 띄어야하는데, 원시 부족사회나 가족이 없는 공동체 부족같은데서 아이를 기르는걸 보면 우리가 아는 '엄마의 모성'이란건 찾을 수 없습니다.

    그냥 부족에서 제역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무사히 길러내는게 지상과제라는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만..

    어쨌든, 가족이나 성역할 같은것들이 정말 천연적인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죠.

    모성의 역할이 사회가 변하는것에 따라서 변해가는것을 보면 뭐가 진실인지는 금방 알수 있지만요...

    암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解原 2013/06/11 17:11 #

    감사합니다. 그 말씀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모성이 본능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회에 적합한 성인으로 양육해내는 것이 본능이라면 본능이랄 수 있을 듯싶습니다.
  • 비로그인 2013/06/11 15:58 # 삭제 답글

    모계사회와 모권사회는 다릅니다
  • 解原 2013/06/11 17:09 #

    네. 그렇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그런 구분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군요. 혹시 참고할 만한 서적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 R E N 2013/06/19 19:58 # 답글

    모성은 본능이 아니다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 살면서 나이 먹다보니 느낌으로 알겠더군요.
    출산 후 엄마들의 심리를 다룬 육아 다큐멘터리에서도 모성애는 아기를 낳고나면 짠 하고 생기는게 아니라
    아기가 한달에서 백일정도 됐을 때 부터 서서히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은적도 있구요.

    바라지도 않은 임신부터 난산끝에 제왕절개까지 다 겪고나자 아기를 쳐다보지도 않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결국 아기는 남편이 키우다시피 했구요, 애 아빠 출근했을때는 어쩔 수 없으니까
    할수없이 조금 보다가 짜증나면 직성 풀릴때까지 "이거 때문이야, 다 이거 때문이야!!!!" 라고 욕하면서
    애 몇 대 때리고 건넛방에 가서 애 아빠 퇴근할때까지 인터넷 인터넷 리니지 리니지 인터넷고스톱.....
    제가 알기로 애 안고 분유를 먹인적이 별로 없을 정도 였어요.
    그래서 애 안을줄도 모르는 저도 몇 번 먹여줬구요, 다른 친구들이 놀러가면 그 친구들한테 맡겼고.
    보통은 눕혀놓은 애 턱에 아기베개를 괴어놓고 거기에 우유병을 기대서 애 입에 꽂아놓은채로 먹였습니다.
    애가 그렇게 분유 먹고 있을 때, 애 엄마는 훌라나 맞고 치는데 정신 없었구요....
    그렇게 몇 분 조용하다가 애가 으앙 거리면 우유병 빠진거니까 다시 입에 우유병 꽂아놓고 다시 계속 고스톱.
    그 와중에 우리 손자 본다면서 시어머니는 친구네 집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시어머니 가고나면 애는 안 맞을 매도 더 맞아야 했고, 안 먹어도 되는 욕을 더 먹어야 했지요.
    친구가 산전 우울증이 무척 심했는데, 그게 산후 우울증으로 고스란히 이어져서
    아기만 내버려 두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내버려 뒀습니다. 병원에서는 맵고 짭짤한 음식이 없어서
    입맛이 안 땡긴다며 쫄쫄 굶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굶다가 폭식하다를 반복하고 체중이 120Kg 까지 증가.

    10년이 지나 열살짜리 아이를 옆에 앉혀두고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거 잘못 낳았어, 낳고 싶어서 낳은거 아니야' 라는 말은 20년지기 친구인 제가 듣기에도 충격 이었습니다.
    애는 정서불안에 조금만 짜증나면 악 쓰면서 자지러지는 떼쟁이고,
    제 친구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우울증과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도 여전하지요...
  • 解原 2013/06/20 05:36 #

    헐...... 그...끔찍하군요. 어떻게 좀... 치료라도 받아야 할 텐데...
  • R E N 2013/06/21 01:42 #

    일단 친구 스스로가 그다지 의지가 없었구요.
    애 한참 크고나서야 겨우 스스로 우울증 이라는걸 인식하길래 우울증 치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으나
    혼자 가기 매우 난처해 함 + 그 돈이면 반찬이 얼만데 하는 아줌마 정신 때문에 몇 년을 그냥 그대로 더 삶.
    더 결정적으로 친구 남편(매우 소심하고 순둥순둥하며 우유부단)이 그 쪽에 상당히 무신경 합니다.
    아마 아내의 우울증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거 아닐까 싶어요.

    근데 같은 여자 입장에서 제가 보기에는 친구 남편이 잘못 했습니다.
    시댁에서 제 친구를 정말 싫어했어요,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 싫어했습니다.
    결혼은 시댁 뿐만이 아니라 친정에서도 반대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그 남편이 나이 차이가
    열 몇 살인가 그랬기 때문에 친구도 꼭 이 사람과 결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이 남편이 자기가 좋으니까 쫓아다니고 밀어부쳐서 어떻게든 결혼을 했습니다.
    아니 근데 그렇게 좋아서 어린 여자(당시 친구 나이가 스물 둘)랑 결혼을 했으면,
    사람으로서 그 뒷 책임도 좀 져야하는거 아닌가요.... 자기 목적 끝난건지, 그 다음 부터는 그냥 방관자.
    기본적인 남편으로서의 소임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댁 바람막이 기능은 없 to the 슴.
    그런 상황에 원치않는 임신부터 우울증에 출산에 또 우울증에 했으니 그 짜증이 다 아기한테 간 거죠.
    그래서인지 아이는 유독 엄마 눈치를 심하게 봅니다, 그걸보는 엄마는 짜증이 솟구치니 아이를 더 잡습니다.
    밥 먹다 밥 안 먹고 반찬 투정 하면서 떼 부린다고 밥 숟가락으로 머리랑 얼굴 쳐 맞는것도 여러번 봤어요.
    열살짜리 남자 아이가 일곱살짜리 여자애 보다 더 말을 못 하고 자기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 했었습니다.
    정신 산만하기 대왕에 징징대면서 짜증 부리기 대왕이고, 그 우울증에 성격 어디 안 간 애 엄마는
    여전히 시댁과 사이가 나쁩니다. 물어보니 여전히 시모랑 시누들이 나 뭐 같이 본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부터 친구는 입만 열면 무조건 나오는 단어가 이혼 입니다, 근데 사실 말이 좋아서 이혼이지
    이혼도 못 하는 처지예요. 심지어 애 열살 쯤 되던해에 시댁에서 너 같은 년 때문에 우리 막내가
    망가지고 잘못 된 거라면서 이혼 하라는 강요도 받았답니다.
    (그 남편이 소소하게 하는 도박을 심히 좋아하는데,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중독급. 그거 때문에
    적금통장 여러개 날리고 카드 현금서비스 폭탄도 여러번 맞은 듯. 자세히는 말을 안 하더군요)
    그리고 시댁쪽에서 위자료나 우리 막내 손자, 너 같이 뭐 같은 년 한테는 못 준다!!!! 입니다.
    근데 친구도 애 만큼은 포기 못 하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새끼고
    애 한테 잘해준거 하나 없지만 아무리 애 라도 열살이면 이미 알거 다 아는 나이인데
    '난 엄마가 버린 자식' 이라는 상처는 도저히 못 주겠대요.

    결국 내가 죽을때 죽을망정 시댁 좋은 꼴은 못 해준다는 오기로 버티고 있는거 같더라구요.
    그거 10년 넘도록 지켜보면서 가정 폭력도 생각만큼 큰 일이 아니라 사소한 걸로 생길수도 있는거고,
    모성이란 현대에 들어와서 생긴 주입식 개소리에 불과한 강요일 수도 있으며, 우울증도 이혼도
    내가 생각했던만큼 어마어마한 일이 아니라 사소한데서 생기는 인생과 생활의 한 조각 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친구도 애도 너무 불쌍해요. 근데 딱히 무슨 방법이 없더라구요.
  • 解原 2013/06/21 10:50 #

    휴.... 그렇군요.

    좀 냉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후배분 중 심리치료상담 일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주위에 치료가 좀 필요하다 싶은 사람이 있어서 물어본 일이 있어요. 오래 알아온 친구라서 좀 자세히 이야기해줬더니 이 친구 말이 "그런데요, 미안한 얘기지만 스스로 치료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면 우리도 못해요." 라고 하더라고요.

    음... 그리고 그 정도라면 아이는 이미 "엄마"라는 존재를 인식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친구분은 이제 자식에 대한 마음은 버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듯도 싶네요.

    어쨌거나 참. 마음 한 켠이 싸늘해지는군요.
  • mmst 2013/06/20 18:43 # 답글

    마지막에 언급하신 소설은 P.D제임스의 칠드런 오브 멘이군요. 동명의 영화도 있지요.
  • 解原 2013/06/21 10:46 #

    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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