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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쓰다
나의 점수 :





날이 갈수록 소설을 읽기가 힘에 부친다. 페북이든 블로그든 돌아다니다 이따금 소설의 글귀를 옮겨적는 분들을 보고 허허허 하고 터지는 웃음은 부러움인 것도 같고, 감탄인 것도 같다. 써진 내용에 그러기보다, 그렇게 인상이 남는 구절을 분리해낼 수 있다는 데 그리 반응하는 듯도 싶다.

사실 젊은 소설가들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읽어온 책, 읽는 책 중 가장 젊은 소설가는 김영하 정도. 문장이 폐부를 쑤석거려 각혈이라도 하지 않으면 글을 읽지 않았다 여기는 건 내 편벽일 테지만, 뜬금없이 초침만 바라봐도 갈마드는 존재의 진공상태에 온몸이 저려 못 견딜 유난 정도는 떨어줘야 글도 쓸 거란 환상은 아직 버리기 싫다.

하루 한 편씩, <원미동 사람들>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나가고 있다. <19세기 유럽사상사>-과학편으로 퍼석퍼석해진 마음을 달래려 조금씩 읽어나간다. 견장처럼 얹힌 지적 허영도 털어내고 한 글자 한 글자 파먹듯 읽어낸 눈도 쉬어주려는데, 도리어 읽어갈수록 마음은 아리고 몸뚱이가 배배꼬여 다리를 방정맞게 떨어댄다. 돌로 물수제비 뜨듯 읽어나가려 해도 이 언어들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으니 몇 장 넘기다 쉬기를 반복한다. 내 모어로 쓰인 글이라 더 그런가 생각하다 머리를 흔들었다. 예서까지 연유를 캐묻고 싶지 않다. 정신머리라도 나눠보려 음악을 틀고 이어폰을 꽂은 채 읽어봐도 매한가지다.

난감해하다 문득, 작품을 대하는 건 타이밍이 관건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독서는 양보다 깊이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작가의 토사물을 주워먹으며 매번 몸서리칠 수 있다면 감상으로서는 썩 괜찮은 것 아닌가.껄껄... 처웃지 말고.

이제 소설을 제대로 읽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니, 용기를 내보자구나. 다시 펴보자. 몇 페이지 안 남았다. 이러다 소설 읽고 열병 앓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허기야 그러다 죽어도 과히 나쁠 일은 아니겠네. 이 무슨 때아닌 사춘기인고. 여드름도 없이. 시시해.

덧글

  • 세진 2014/01/31 02:38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글 읽는 것도 의무로 해야한다면 삶이 너무 팍팍해지지 않겠어요.. 그럴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땐 저는 다른 일을 합니다. 달이 총 4주라면, 한 2주마다 이렇게 패턴이 바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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